종점여행

2010. 7. 10. 01:42사진과 나


어제는 학교에 다녀왔다. 방학 때 학교는 조용하다.
학생은 있지만, 그래도 학기중일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나는 이런 방학때 학교의 분위기도 좋아한다.
조금은 낯설지만.


내가 중학생이었나, 고등학생이었나,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그래,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곳으로 떠나기엔 겁나고, 주머니도 가볍고
그래서 현실에서 조그맣게 타협한 것이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는 것.

버스는 계속 이동하고 창밖의 풍경은 계속 바뀌니까,
 일다은 내가 있는 곳에서 벗어나니까!
 버스비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내리고 싶을 때 내릴 수 있고 되돌아가고 싶을 때는
반대편 정류장에서 타면 되니까
되돌아가기도 쉽다고 스스로 만족해하면서

 그대로 계속 버스를 타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냥 종점까지 달리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이 종점여행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현실이 되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가 종점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버스는 단 2대. 배차 시간이 20분이상이라.
시간이라도 잘못 맞추는 날에는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집앞에 서는 수많은 버스 중에
단 2대의 버스를 기다려 하는 상황이 속상하기도 했다.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걸어다녔다.

그래서 버스를 장시간 탄다는것이 사실 스트레스였다.
속도 울렁 거리고, 머리도 아프고 그래서 적응하는데 애먹었다.
버스를 타면 눈을 감고 음악을 듣거나, 피곤해서 잠만 잤다.

어제는 특별했다. 두근거렸다.

그동안은 같이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여행보다는 등교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어느 정류장에서부터는 버스에 나 혼자였다.

아주 가끔 덜컹 거리며 달리는 버스, 지나가는 풍경들
정류장을 알리는 방송만 나올뿐
다른 라디오 방송조차 나오지 않아서 조용했다.

익숙한 풍경들이 지나가지만 두근거렸다.

내가 한번은 해보고 싶었던 종점여행을
사실, 3년반이나 하고 있었는데,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 종점 여행도 반년 남았다.

잘 부탁해.